인간은 2만5천개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고, 동일한 유전자지만 약간의 변이가 있어서 외모나 키나 성격 등의 차이를 만듭니다.
예를 들면 엽산을 활성화시키는 유전자에 문제가 없는 한국인이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활성형 엽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동일한 유전자지만 사람마다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눈에 보이는 피부나 키와 같은 곳이 아닌, 몸 안에 있습니다. 바로 인간 세포 또는 백혈구 표면에 있는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주요 조직적합성 복합체입니다. 세대마다 다형성을 일으키고 부모 양쪽으로부터 반반 받기 때문에 개인별로 그 모양이 다 틀립니다.
(참고로 유전자의 변이가 전체에서 1% 미만이면 돌연변이라 부르고, 1% 이상이면 다형성이라 부릅니다.)
장기 이식을 하는 경우 많은 경우에 이식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바로 MHC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장기이식을 부모 자식간이나 가까운 친척에서 찾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이며, 그 마저도 정확하지 않아 평생 면역 억제제를 먹는 이유가 바로 MHC 의 다양성 때문이지요.
MHC는 친자 감정 수단이 되기도 하고, 인종 기원 연구에 쓰이기도 하며, 동일한 바이러스가 유행해도 개인별로 감기 증상의 정도가 틀린 이유가 개개인 마다 다른 MHC 구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선천면역에 의해서 빠른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후천면역 세포인 헬퍼 T세포에게 항원 제시를 하게 되는데, 항원을 제시하는 방법이 바로 각 개인마다 다른 구조의 MHC 위에 항원을 제시하여 헬퍼T세포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동일한 바이러스에 의한 항원이 제시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MHC 구조에 의해 헬퍼T 세포가 자극 받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바이러스에 의해 동일하게 반응하고 고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일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도 누구는 무증상, 누구는 증상이 심하고, 누구는 사망하는 이유지요.
아래는 APC 라는 항원을 제시하는 세포가 역삼각형 모양의 동일 항원을 제시하지만 이 항원 정보를 넘겨 받는 T세포는 TCR (T 세포 수용체)에 의해서 항원을 감지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CD4 나 CD8 이라는 또 다른 수용체를 통해서 각 개인의 MHC 를 감지합니다. 결과적으로 T세포는 각기 다른 신호를 받기에 그 항원의 반응 정도가 개인별로 달라 바이러스의 감기 증상이 다른 것입니다.